이린
@elynn_0906_MXTX
늘하
@MdzsNha
"무-거-워-. 남잠 언제쯤 올거야아."
붉은색으로 물든 정실의 한가운데 놓인 합환주 한 병과 두 잔, 그 옆에는 붉은 비단에 금실로 자수를 놓은 복장을 차려입은 위무선이 앉아있었다. 그래, 오늘은 함광군 남망기와 이릉노조 위무선의 혼례식이 있던 날이었다. 평소라면 자신의 앞을 가린 기다란 베일을 금세 걷어버렸을 텐데. 이걸 걷는 남잠의 표정이 너무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답지 않게 혼례에 대한 설렘을 가지고 얌전히 있었건만. 곧 해시임에도 남잠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거 답답한데 언제 오는 거야. 남잠-"
잠시만 베일을 걷을까 손을 뻗는데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자마자 후다닥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침상에 앉았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토록 기다리던 이의 모습이 베일 건너로 보인다.
"남잠, 왜 이리 늦게 왔어. 선선이는 혼례복 무거워 여기에 가만히 있다가 상이 되는 줄 알았다고? 어서 이 베일을 걷어 줘."
"……."
"남ㅈ"
어깨를 조심히 미는 힘에 침대에 쓰러지고, 베일이 넘어갔다. 위무선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도려의 얼굴에 얼굴을 붉혔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옅고 따스한 색임에도 짙은 열을 머금고 있었다. 어찌 눈길이 가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아래로 당기자 그대로 숙여주는 사랑스러운 이의 이마에 가벼이 입 맞추곤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남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보여줄까?"
"응."
"저 먼 서역의 혼례식에선 신부의 허벅지에 비단을 둘러두고, 부군이 입으로 벗겨준대."
위무선의 말이 이어질수록 남망기의 귓가가 붉어졌다. 수치도 모른다 외치려 하는 그의 귀 끝을 톡 건드리자 손끝에 가벼이 물은 남망기가 아래를 향했다.
입술을 지분거리며 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남망기는, 도려의 허벅지에 묶인 비단 끈을 눈에 담았다. 자신의 이마에 묶인 붉은 말액과 같은 비단 끈이 느슨히 묶여있었다. 위무선다운 선물이었다. 저의 도려가 원하는 대로 입을 이용해 풀어낸 남망기는 끈을 문 채 자신의 머리를 감싼 혼례복을 벗어났다.
촉촉한 입술이 닿는 감각에 손끝을 움츠리던 위무선은 매듭이 풀려 긴 끈이 피부를 쓸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붉은 말액을 입에 물고 나온 아름다운 자신의 도려를 멍하니 쳐다보던 위무선은 다시 침상에 눕혀졌다.
"위영"
"응."
"내 말액을 풀어줘."
내 너의 말액을 풀었으니, 응당 너도 나의 말액을 풀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