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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jaguargyuya

  운하

@madobbadole

-붉은 예복-

 

"위선배, 선배는 함광군하고 따로 혼례식은 안올리시나요?"

 

위무선이 고소의 운심부지처에서 살기 1년이 지난 어느 날, 위무선은 남사추와 함께 야렵이 끝나고 돌아오다가 하나의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로 자신의 반려인 남망기와의 혼례식. 주위에서 좋게보지 않는 시선때문에 혼례식은 생각지도 못 해봤지만, 최근 들어서는 남계인도 강징도 두 사람의 삶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위무선은 은근히 혼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남잠한테 말…. 한번 해볼까...? 하고.

 

***

 

"남잠! 이 옷 어때?"

"그 옷은..."

 

야렵에서 돌아온 위무선은 바로 남희신에게 찾아가 고소 남씨의 혼례복이 있는지 물었고, 남희신은 처음에는 당황하다 위무선을 빤히 쳐다보더니 본실 안에 고이 보관해두었던 한 상자를 꺼내 위무선에게 건네주었다. 바로 그옷이 고소 남씨의 가문에서 혼례를 치를 때 입는 혼례복이었다.

 

본래 혼례복이라 하면 붉은색으로 만들겠지만, 아정 함의 명사인 고소에서는 특별히 제작한 하얀 천으로 된 혼례복이 있었다. 심지어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종주들의 혼례식이 지낼 때마다 입었던 고소의 전통 혼례복이었다.

 

"아까 택무군한테서 부탁해서 받았는데, 어때? 우리 슬슬 혼례식 올릴 때도 되지 않았어?"

"혼례식이 올리고 싶어?"

"응. 정식으로 남잠이랑 여기서 같이 살고 있다고 알리고 싶은걸. 뭐, 알 사람은 다 알지만.. 왜, 남잠은 별로야?"

"아니야. 올리자, 혼례식. 위영이 하고 싶은 데로"

 

남망기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실 뒤쪽 자개함 쪽으로 다가가, 조금은 큰 원목 상자를 하나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위무선은 그런 남망기를눈으로 좇다가 자리에 앉은 망기가 옆을 쳐다보자, 쪼르르 옆에 털썩 앉으며 원목 상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게 뭐야?"

"열어봐"

"내 거야? 뭐야, 선물이야? 결혼 선물? 남가 둘째 공자님, 언제 이런 걸 준비해두셨대~"

 

신나게 상자를 열어보던 위무선은 원목 뚜껑을 열자마자 멈칫했다. 그 안에는 무선이의 눈에 익은 물건들이 하나둘 보였기 때문이다. 위무선이 사망하기 전, 난장강에 놀러 왔을 때 아원에게 사주었던 나무 장난감, 연화오의 연꽃을 본따 만든 장식품.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여 있는 전통 혼례복 두 벌. 위무선은 혼례복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본다.

 

"남잠 이거.... 혼례복 아니야? 아니, 이 물품들은 다 뭐야?"

"불야천 이후에, 위영 너에게 주고 싶었던걸 모아온 거야. 너는 다시 돌아올 거니까"

"이걸 그 오랜 시간 동안 모아왔다고? 내 생각해서?"

"응. 너와 앞으로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돌아온다면, 앞으론 놓치지 말아야지 하고"

"그래서 혼례복까지 준비한거야? 그것도 너랑,나 두벌로? 왜 이런걸 미리 말하지 않았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남망기가 이상해 뚫어져라 쳐다보니, 눈을 피하지만 귀 끝은 이미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런 남망기를보며 위무선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손을 슬쩍 잡으며 말한다.

 

"남잠, 남이 공자님, 남가 둘째 형? 이거 나한테 청혼하는 거지? 나랑 평생 살아주겠다는거야?"

"...꼭 그렇게 확신을 받아야해?"

"응, 피하지 말고! 피하면 나 거절해버릴 거니까?"

 

말을 할듯 말듯 눈으로 위무선만 흘긋 쳐다보던 남망기를 위무선은 인내심있게 쳐다보았고, 남망기는 눈을 감았다 뜨더니 확신에 차 말한다.

 

"위영. 앞으로 평생 운심부지처에서 같이 살자"

"좋아 남잠! 앞으로 안 놓아줄 거니까!"

 

그렇게 말한 두 사람의 입가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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