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사리

@ 019lynx

샤오뀨

 @mang__moo

​-초야-

소란금지라는 가규는 이미 무시한 듯 운심부지처가 시끄러워졌다. 남가 둘째 공자인 남망기와 위무선의 혼례준비로 사람들은 분주했다. 이미 두 사람은 삼배를 하고 도려가 되었지만, 제대로 된 혼례도 못 치르고 그렇게 지내는 게 내심 마음에 걸린 희신이 숙부에게 조심스럽게 건의했고, 못마땅해 하던 남계인은 강종주와 난릉 금씨의 소리 없는 압박에 결국 승낙을 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무선은 어울리지 않게 펑펑 울었고, 망기는 달래주느라 애를 먹었다.

 

운몽과 난릉, 청하 등지에서 몰려오는 손님들에 정신이 없이 바빴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혼례복을 먼저 입어본 무선이 들뜬 마음에 망기를 찾아댔다.

“남잠! 남잠! 이것 봐!”

손님 맞는 일을 하다 저를 부르는 무선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돌리자 제게 주어진 혼례복과 똑같이 생긴, 하지만 그보단 조금 작은 붉은 옷을 입고 해맑게 웃고 있는 무선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지만 지금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게 먼저.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망기를 먼저 알아챈 무선이 슬쩍 옆으로 다가갔고, 망기의 손을 잡아 올려 제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 다시 한 번 헤실 웃고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정실로 도도도 달려갔다. 무선의 머리를 쓰다듬어진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망기가 저를 부르는 희신의 목소리에 주먹을 꾹 쥔 채 고개를 돌렸다.

 

* * *

 

“와 진짜 두 번은 못할 짓이다.”

정신없었던 혼례식이 끝나고 잔뜩 지친 두 사람이 정실 침상에 힘없이 쓰러져 누웠다. 그 와중에도 제위에 무선을 올려두고 누웠던 망기가 늘어뜨렸던 팔을 올려 무선을 꼭 끌어안고 수고했다는 듯 다독거렸다. 가만히 누워있던 무선이 눈을 깜빡거리다가 상체를 들어 올려 망기의 가슴께에 턱을 괴고 엎드렸다. 뭐하는 거냐는 표정의 망기를 바라보던 무선이 씨익 한번 웃고 상체를 완전히 들어 올려 앉아 입고 있는 옷고름에 손을 대고 천천히 풀어냈다.

“망기형~ 오늘밤을 이렇게 보낼 거야? 오늘은 바로...”

노골적인 유혹에 몸을 일으킨 망기가 단숨에 무선의 우위를 점했다. 부드러운 비단결 위로 느껴지는 단단한 허벅지를 손으로 쓸어 올린 망기가 고개를 숙여 짙은 입맞춤을 하고는 무선과 눈을 맞췄다.

“우리의 공식적인 초야지, 위영.”

그의 말에 까르륵 웃은 무선이 두 팔을 뻗어 망기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잡아 당겼다. 입맞춤이 더욱 짙어지고, 무선의 옷이 반쯤 흐트러졌을 때 밖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당황한 무선이 망기를 밀어냈다.

“아릉?”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있던 인기척은 금세 사라졌다. 머리를 긁적이던 무선이 다시 망기의 목덜미를 끌어안자 이번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녕?!”

“죄ㅅ...!”

무언가 말을 하려던 인영은 누군가에게 잡혀 끌려가며 끝맺지 못했다. 멍하니 문 너머를 보던 무선과 망기가 다시 시선을 맞췄다. 무표정의 망기가 다시 입을 맞추려하자 무선은 웃음이 터졌다. 한참을 깔깔 거리면서 웃던 무선이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망기를 끌어안았다.

“남잠, 오늘은 그냥 자야겠다! 감시자가 너무 많다.”

“응, 위영.”

다시 살며시 눈을 맞춘 두 사람은 가볍게 입을 맞추고 침상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25EC%2598%2588%25EC%2595%2584_edited_ed

이 사이트 내의 모든 창작물의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Do not allow unauthorized reproduction of all creations within this site.

%2525EC%252598%252588%2525EC%252595%2525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