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챠
@modao_cha
죽순탕
@BamBS_MDZS
-프로포즈-
“난 프러포즈는 받고싶어! 내 손에 꼭 맞는 반지하고 같이!”
“야, 니가 남잔데 해야하는거 아니야?”
“그러니까 니가 모쏠인거야 강징......”
“말 다했냐 위무선!!!”
“요새 남자 여자가 어디있어! 하고싶으면 하는거고 받고싶으면 받는거지!”
힐끗, 유난히 쉬는 시간 시끄러운 곳을 바라봤다. 오늘 아침에도 복장불량으로 벌점을 받았음지만 셔츠의 단추를 여지껏 푸르고 돌아다니는 위무선의 뒷모습이 눈에 비쳤다. 귓전에 들리는 결혼이라는 끝도 한도 없는 미래를 단정짓고 이야기하는 것부터 단정치 않아보여 확 미간을 찌푸렸다. 시끄럽고 단정하지 못하고, 왜인지 저 이야기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위무선이 등을 돌린다. 스치듯 눈이 마주쳤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해사하게 웃는 너는 햇빛을 닿아 그저 반짝거렸다. 뒤의 햇빛이 너를 감싸듯 그 모습이-
햇빛에 닿지도 않은 귀가 바짝 열이 오른다.
“남잠, 너는?”
“프러포즈 받고싶어? 하고싶어?”
아, 나는.
-
남망기와 위무선은 벌써 사귄지 3년도 넘은 주변에서 유명한 커플이었다. 삽질이란 삽질은 다 하고, 주변에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끝까지 좋아한다는 사실도 서로 죽어라 숨기다가 남망기의 고백으로 겨우 이어진. 우습게도 일련의 과정들만 보면 속이 터지고 복장이 터질 지경이지만 둘은 그 누구보다 잘 맞는 한 쌍임이 틀림없었으니 주변에서 그들을 보고 환상-강징은 환장이라 했다-의 커플이라고도 불렀다. 그런 그들의 애정전선은 매일이 1일인양 열렬했고 다정했고 또한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간밤에 오래 전 고등학교 때의 꿈을 꾼 남망기는 미뤄오던 결심을 실행하기로 했다.
사실 언제나 생각은 있었지만 위영이 싫어할까봐 애써 꾹꾹 참았던 결혼이라는 일을. 그가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고 하며 저에게 넌지시 물어오던 지금과는 다른 빛으로 빛나던 그 때의 스치는 아련한 기억이 그를 만나지 않을 때에도 어쩐지 불현듯 생각이 나곤 했다. 그 생각으로 저는 위영을 다시 만나기까지 그 시간을 버틴 걸 지도 몰랐다. 그의 얇은 손가락에 어울리는 붉은빛 보석이 박힌 잘 맞는 반지가 든 케이스가 안주머니에 소중히 들어가있다. 제 손에 있는 푸른빛 보석이 박힌 보석과는 짝으로 나온 반지였다. 야사로 내려오는 옛날 옛적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반지라고 하였나. 어쩔수 없는 운명으로 헤어졌다가 다시만났다는 그들의 사랑은 마치 우리를 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보자마자 덥썩 사버렸다. 작은 한숨이 이어졌다. 과연 너는 받아줄까.
어둠이 내린 거리에서 두 인영이 마주섰다. 굳은 얼굴의 남자가 웃는 상의 저보다 조금 작은 남자를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원래도 낮은 목소리가 긴장으로 더욱 가라앉아 조금 더 진중하고 엄숙한 목소리가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의 왼손을 조심히 잡아 올려두고는 제 품에 있던 케이스를 조심히 꺼내며.
"위영, 나와.....결혼해줘."
앞의 남자는 말 없이 입을 다물고 그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다. 남망기의 시선이 가늘게 떨렸다.
"...씨 이번에도 늦었네.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말을 끝내고 쿡쿡거리며 작게 웃던 위무선은 품에서 똑같은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남망기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흐하하하, 우리 정말! 남망기의 목을 제 팔로 감아 안은 그는 맑게도 웃었다. 귓가에 작게 재잘거리는 말에 남망기의 가슴이 빠르게도 쿵쾅거렸다. 결혼하자, 사랑해 남잠.
오래 전 질문의 대답은
너에게라면 받는 것도 하는 것도 좋다, 였음을 기억해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