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
@Jagu_mdzs
소사
@7WxPkhoQ1FUNBK6
친애하는 남잠에게.
기억해?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순간에 했던 생각들을.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또 그 오랜시간을 돌아서 우리는 만났잖아. 기다림을 넘고 넘어서, 다음의 생이 있다면 내가 너를 오래도록 기다려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의 생은 내가 아주 조금 더 오래 기다렸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하나 생각나는 것들이 있었어. 과거를 기억한다는건 그다지 좋은게 아니라는걸 한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놓을 수 없더라. 이번의 생은 그 전처럼 극단적이지도 그렇다고 해서 마냥 평탄한건 아니었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어. 결국에는 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기억이 하나씩 떠오를때마다 놀라고는 해. 그래도 천지신명이 나름대로 양심은 있는지 지금의 내가 나로서 생각할 수 있게 된 다음에 그 기억들이 떠오른거 있지? 왠지 모르게 다행이라 생각했어. 안그랬으면 정말이지 적응하기 힘들었을지도 몰라.
맞아, 그리고 보니 기억 이야기 하니까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다 예쁘다고 한 사람도 내 눈에는 차지 않아서 눈이 엄청 높다는 소리를 들었거든. 그러다가 내가 언제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을 봤을거 같아? 내 꿈에서, 새하얀 옷을 입은 피마대효 같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처음에는 선녀인줄 알았다니까? 신선이라고 했어야 했나?
아무튼 이제와서 하기엔 조금 웃긴 이야기 같기는 해. 결국에 우리는 다시 만났고. 조금 있다가 네가 눈을 뜨면 우리는 곧 미국에 도착할거야. 이상하단 말이지. 하늘과 부모님과 그리고 우리가 알면 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세상에서는 두 사람이 단단히 얽혀있다고 이야기 하려면 무슨 신고를 해야한다는게. 사실 그건 반쯤 핑계고 남잠이랑 놀고 싶었던것 같아.
창밖에 구름이 지나가. 지나간다기 보다는 구름 속으로 가고 있어. 예전에 운심부지처의 겨울이 올때쯤에 날은 맑은데 안개가 낀건지 구름속을 걷는건지 모르겠던 그 시간처럼 말이야. 시간을 건너왔지만 여전히 많은 것에서 너를 보고 너를 많이 생각해.
맞아, 그리고 보니 말은 안했지만 우리 결혼 사진 찍은것중에 네가 잘 나온걸 큰 사이즈로 주문했어. 아까 비행기 타기 전에 연락 왔는데 배송이 곧 올거래. 아마 우리가 서로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한장 들고 돌아갈때에는 확실히 도착하지 않았을까?
편지를 써달라고 했더니 너는 고민하던것 같더니 길지 않은 편지를 쓰더라. 나도 그래서 그렇게 짧게 할까 했는데 언제나 내가 말이 많았고 네가 적었으니까, 지금도 그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했어. 처음 만났을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만 쓰자고 했는데 내 편지가 너무 길어진건 아마도 내가 이번 생에서는 너를 조금 더 오래 기다려서 일까? 아니면 네가 전처럼 10시가 되면 잠들고 6시가 되면 일어나는 바른 생활 어른이라 그럴까? 지금도 넌 자고 있거든.
좋은 꿈을 꿔. 그 꿈에서도 나를 만날까?
이건 나중에 알려줘. 궁금하거든.
위영.
◇
친애하는 위영에게.
지금 네게로 가고 있어.
남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