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규
@hyuckkyuuu
모샹장르 일
@mxtx_illlilll
말을 타고 저 멀리서 행진을 하는 무선의 모습을 보며 만음이 혀를 찼다.
아무도 모르게 소소하게 혼례를 올리고 싶다는 말을 하더니 결국에는,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꼴이었다. 푸른 옷을 정갈하게 입고 머리를 예쁘게 치장하고나니
망나니 같은 차림으로 돌아다니던 때와 달리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청사초롱을 들고 맨 앞에서 뛰다시피 오는 아이들도 신이난 모양이었다.
그 아이들을 보며 무선은 비뚤어진 사모관대紗帽冠帶를 고쳐쓰고 관복을 툭툭 털어내었다.
모양도 예쁘고 때깔도 좋으니 어찌 맛이 없으리.
웃으며 손을 흔드는 무선을 보다 돌아선 만음이 뒤에 있던 창호문을 열었다.
“이제 곧이다.”
만음의 말에 기다리던 망기의 숙부, 계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필 장가를 가도 무선에게 가는 것이,
두 사람이 동성이라 미인인 망기가 부인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연지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망기가 내리깔았던 눈을 뜨고 무선이 있는 곳을 힐끔 바라보았다.
금방 도착한 무선이 말에서 내리고는 나무 기러기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대청마루에 나무 기러기를 올린 무선이 두 번 절을 하니,
망기 어머니를 대신하여 나무 기러기를 받은 계인이 그것을 잘 포개어진 이불 위로 던졌다.
바로 선 나무 기러기를 흘끔 본 만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군.
먼저 교배상으로 향하는 무선을 따라 망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배상으로 가는 내내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서동부서-."
교배상에 마주 선 두 사람은 여전히 마주보지 못하는 얼굴에 안달이나기 시작했다.
비역질이라며 낮춰부르는 사내끼리의 사랑이 좋은 결말을 맺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다른 가문들처럼 화려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의 얼굴낯이 좋아보이는걸 보면 꽤 만족스러운 듯 싶었다.
순서를 최대한 간결하게 하고 둘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얘기가 있었기에 절은 한 번,
합주도 한 번만 마시고 끝이났다.
"남잠! 이제 꽃잠하러 가자!"
"응."
큰 소리로 외치는 무선 탓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만음의 몫이었다.
치렁치렁한 장식을 달고 무선을 뒤따라가는 망기의 모습을 계인은 외면하듯 고개를 돌렸다.
단 둘이 남게 된 두 사람은 아직 바깥이 훤히 밝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옷고름을 풀어내려갔다.
사모관대를 벗어던진 무선이 망기의 손을 잡아 끌고는 자신의 옷고름을 잡게했다.
한껏 밀착하니 옷과 장신구의 무게에 쏠린 망기가 뒤로 넘어갔다.
족두리가 비뚤어지고 연지곤지 찍은 얼굴에 긴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남잠, 빨리 당겨줘. 무선의 속삭임에 망기가 한껏 상기된 얼굴을 하고 옷고름을 잡아 당겼다.
푸른 관복이 스르륵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안에 입은 새하얀 속곳 아래로 무선의 몸이 드러났다.
투명하게 비치는 무선의 몸을 본 망기가 자신의 옷고름도 풀러 버렸다.
그러자 무선이 아쉽다는 얼굴을 하면서 망기의 손을 막아냈다.
"옷고름은 서방이,"
"응."
무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망기가 무선의 입을 막았다.
다급한 입맞춤에 이빨이 부딪혀 딱, 하는 소리가 났지만 두 사람 다 신경쓰지 않았다.
간간히 떨어지는 입술 사이로 서로의 숨이 오가고,
점점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할 수 없던 무선은 자신의 몸을 망기의 몸에 부볐다.
옷을 사이에 두고 쓸리는 천의 감각이 묘했지만 나쁘지 않은 자극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무선이 눈을 뜨니 망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제서야 부부가 된 것 같았다. 무선이 더 깊게 입맞춤을 하니 두 사람의 눈이 감겼다.
이제 시작이었다.